♣ 부처님 인연 ♣/•극락정토로 가는 길♤
앉아서 공화의 만행을 닦는다 (坐水月道場 修空華萬行)
白道 박만주
2016. 8. 10. 08:55
앉아서 공화의 만행을 닦는다 (坐水月道場 修空華萬行)
'수월'에 대해 옛사람은 '비추어도 달은 아무 생각 없이 비추고, 물 역시 아무 생각 없이 달빛을 비춘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즉, 물과 달은 서로 비추거나 비친다는 의식 없이 물은 물로서, 달은 달로서 아무 걸림이 없는 자유로운 작용을 하고 있다.
물이나 달처럼 언제 어디서나 자연 그대로에 맡길 뿐 아무런 작위 없는 무애자재의 활동을 선가에서는 '임운무작(任運無作)의 묘용(妙用)'이라고 한다. 이처럼 선가에서는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걸림 없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심경을 확립했던 것이다.
'수월도량에 앉는다.'는 말은 물이나 달과 같은 경지에 자리 잡는다는 말이다. '도량'은 앞에서 설명했듯이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은 장소, 즉 중인도 네란자라 강가 보리수 밑의 금강좌인데, 일반적으로 불도 수행의 장소를 말한다.
'공화(空華:허공 꽃)'는 눈병이 걸렸을 때 침침한 눈으로 허공을 보면 무수하게 날리는 꽃 같은 것을 말한다. 마치 눈앞에서 작은 모기가 공중으로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병과 흡사하다. 공화를 '안화(眼華)'라고도 한다. 무수한 허공 꽃이 공중에 나풀거리면서 어지러이 떨어지는 것을 '공화난타(空華亂墮)'라고 한다.
'공화'는 병적 현상일 뿐 실제 그 같은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공화'는 마음의 미혹에 의해 일어나는 망상의 환각에 의한 존재이다. 번뇌와 망상에 사로잡히게 되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실재하는 것인 양 보게 된다. 요컨대 번뇌, 망상을 '공화'에 비유한 것이다.
'만행'은 팔만 사천의 세행(細行)이라 하는데, 여기서는 다양한 행을 가리킨다. 허공 꽃인 망상을 없애고 무심으로 행하는 것을 '공화의 만행을 닦는다.'고 한다.
'수월도량에 앉아 공화의 만행을 닦는다.'는 경지는 선가에서는 도를 통달한 사람이 만행을 닦으면서도 자취(行相)를 남기지 않는 경계에 비유하고 있다.
이런저런 만행을 하면서 자기가 이룬 것을 뽐내거나, 남이 칭찬해 주고 존경해 줄 것을 기대하는 따위는 자취를 남기고 여전히 집착하고 있는 상태일 뿐 아무리 아름다운 일과 선행을 쌓는다고 해도 무공덕(無功德)이 되고 만다.
양무제가 절을 짓고 불상을 건립하여 불교를 위해 온 힘을 쏟았는데 어떤 공덕이 있느냐고 달마 대사에게 묻자 '무공덕(공덕이 없다)'이라고 말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물이나 달처럼 무심이 되어 무애자재한 경지에 서서 인생을 보내고 싶은 것이다. 마음을 바로 하고 맑게 하지 않으면 모든 행은 의의나 가치를 잃어버릴 것이다.
<禪林句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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