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道 박만주 2018. 4. 22. 11:14

 

 

 

 

 

 


  둘 다 잊다(兩忘)


전쟁터에서 한 장수가 어느 선사에게 물으니 선사가 대답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번갈아 일어날 때는 어찌해야 좋습니까?"
"양쪽 머리를 잘라내면 검 하나가 하늘에 기대어 차가우리라."

'양망(兩忘)'은 둘 다 잊는다는 뜻이다.
삶과 죽음, 옳고 그름, 선과 악, 고통과 즐거움, 사랑과 증오, 안과 밖 등 양면의 대립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또는 그 같은 상대적 관념을 끊어버리거나 집착하는 마음을 제거하는 것이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경우 어느 한쪽은 긍정하여 받아들이고 어느 한쪽은 부정하여 거부하게 되니까, 선택에 따른 집착을 떨쳐버림으로써 양쪽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양망'과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는 '양쪽 머리를 모두 자른다.', '양쪽 머리를 모두 앉아서 자른다.' 등이 있는데, 이 역시 좋고 나쁨, 선과 악 등 상대적 인식을 끊어내는 것이다.

'양망'은 삶에서는 삶을 잊고 죽음에서는 죽음을 잊고, 고통에서는 고통을 잊고, 즐거움에서는 즐거움을 잊는 것이다.


이 생(生)과 사(死), 고(苦)와 낙(樂)의 대립을 부정하고 초월할 때만이 생과 상, 고와 악을 하나로 하는 고차원적인 절대적 심경을 체득할 수 있다.

인간이 본래의 순수한 자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양자의 대립관념을 끊고 자기마저 잊어버려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일체를 잊어버린 '참된 자기'가 나타난다.

중국 송나라 때 유학자 정명도가 지은 <정성서(定性書)>는 선서(禪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선사상(禪思想)이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거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안과 밖을 모두 잊느니만 못하니, 양쪽을 모두  잊으면 즉시 맑아져 일이 없으리라."

이는 양자의 상대적 인식을 끊어내면 명경지수(明鏡止水: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 즉 맑고 고요한 心境을 이름)의 세계가 전개된다는 뜻이다.

이런 말도 있다. "양쪽 머리를 모두 앉아서 끊어내면 사방팔방에서 맑은 바람이 일어나리라."

이 말은 삶과 죽음, 선과 악 등의 대립을 벗어나면 맑은 바람이 오가는 깨끗한 심경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야말로 선수행자가 찾는 절대의 세계이다.


<定性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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