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답혔다.
"그대는 제방의 살아있는 설법 중에서도 살아있는 말만을본받으려 하고, 죽은 설법〔死句〕중에서 죽은 말은 조금도 본받으려 하지 않으니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그대같은 분이야말로 설혹 죽은 말〔死句〕을 본받아 죽게 되더라도, 오랜 뒤에는 반드시 그 죽음에서 흘연히 살아나 그 활구(活句)만을 또렷하게 볼 것입니다.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한밤 내내 했던 대화가 이쯤되자, 숲속에서 새벽 닭은 울고 동방이 점점 밝아왔다. 나는 그만 잠이 들고 그 객승 또한 말을 잊었다. 잠깐 있다카 깨어 나서 밤채 담론했던 내용을 생각해 보았더니, 끝내 한 글자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우연히도 동자가 붓으로 종이에 내용을 수록하여 나에게 보여주길래, 나는 화를 내면서 물리치고 꾸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