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매선사는 서산대사의 제자입니다. 임진왜란 때 승병장으로 활동도 했습니다. 한국불교 선객들 사이에서는 고고하게 은둔수행을 한 가장 모범적인 선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청매스님의 토굴터를 찾기 위해 지리산 곳곳을 찾아 다니는 스님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함께 보려고 하는 것도 그 분이 남긴 것입니다. 청매선사의 십무익송(十無益頌)을 보면 그 핵심은 올바른 방향과 길을 모르고 수행을 하면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수행을 해도 이익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치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고 하는 것처럼 부질없는 헛수고 일뿐 생명의 바람이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청매(靑梅, 1548~1623) 선사의 십종무익송(十種無益頌)
1.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보지 않으면 경전을 읽어도 이익이 없다. 心不返照 看經無益 심불반조 간경무익
2.성품이 공함을 사무쳐 알지 못하면 좌선을 하더라도 이익이 없다. 不達性空 坐禪無益 부달성공 좌선무익
3.정법을 믿지 아니하면 고행을 하더라도 이익이 없다. 不信正法 苦行無益 불신정법 고행무익 4.아만을 꺾지 못하면 불법을 배워도 이익이 없다. 不折我慢 學法無益 부절아만 학법무익
5.다른 사람들의 스승 노릇할 덕이 없으면 대중들을 거느려도 이익이 없다. 欠人師德 濟衆無益 흠인사덕 제중무익
6.안으로 실다운 덕이 없으면 밖으로 위의를 세워도 이익이 없다. 內無實德 外儀無益 내무실덕 외의무익
7.마음이 진실하지 아니하면 말을 잘 하더라도 이익이 없다. 心非信實 巧言無益 심비신실 교언무익
8.원인을 가벼이 여기고 결과를 중히 여기면 도를 구하여도 이익이 없다. 輕因重果 求道無益 경인중과 구도무익
9.뱃속에 무식만 가득하면 교만하여 이익이 없다. 滿腹無識 驕慢無益 만복무식 교만무익
10.일생 동안 자기의 고집을 버리지 못하면 대중과 함께 하더라도 이익이 없다. 一生乖角 處衆無益 일생괴각 처중무익
우선 참선, 구도, 고행 등에 관계 된 것만 살펴보겠습니다. 아주 중요한 내용입니다.
‘정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확신이 없으면 목숨을 걸고 고행을 해도 이익이 없다.’ ‘존재의 본질이 비어있음을 달관하지 못하면 밤낮으로 좌선을 해도 이익이 없다.’ ‘원인을 소홀히 하고 결과만을 중요하게 여기면 용맹심으로 도를 구해도 이익이 없다.’
그러니까 그냥 열심히 참선을 한다고 해서, 치열하게 고행을 한다고 해서, 열정적으로 도를 구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수행을 하더라도 올바른 방향과 길을 따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올바른 방향과 길이 없이 맹목적으로 수행을 하면 당사자의 의도나 바람과는 다르게 기복주의 신비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문제의식으로 볼 때 지금 우리가 공부하려고 하는 생명평화경과 백대서원절명상은 어떤 일 보다도 우선적으로 중요한 올바른 방향과 길을 제시하는 내용입니다.
대승불교에서는 올바른 방향과 길을, 존재의 실상 생명의 실상 본래부처 본래면목이라고 했고 초기불교 수행론으로는 삼법인 사성제라고 했습니다. 참선, 명상, 구도, 수행, 기도 등 그 무엇을 하든 올바른 방향과 길을 가야만 문제가 풀리고 염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입니다. 올바른 방향과 길이 없이 그냥 하는 수행은 헛수고 일뿐만 아니라 차라리 아니함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면서 동안거 공부와 수행을 했으면 합니다. 니련선하 http://blog.daum.net/saribull/11737082 무량신 http://blog.daum.net/drshin3765/37
********************************************************* '양치는 성자' 속에 등장하는 청매선사 또한 서산대사의 법을 이어받은 청매인오(靑梅印悟)(1548∼1623)스님에 관해서는 대학원 수업 때 공부한 적이 있다. 청매스님이 모아 놓은 <청매집> 이라고 한 문집이었다.
현재 지리산 ‘오도재’라는 지명이 있다. 오도재는 지리산 함양과 마천 지역에 위치한다. 그런데 이 오도재는 함양 마천 엄천사 도솔암에서 수도하던 청매 인오조사가 이 고개를 오르내리며 깨달은 곳이라고 하여 ‘오도재’란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이 고갯길은 2006년 건설교통부에서 발표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양치는 성자> 책속에는 청매스님이 지리산에 머물 때, 편양언기가 청매스님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청매는 자는 묵계(默契), 호는 청매(靑梅)이다. 지리산 연곡사(鷰谷寺)에 주하면서 수행하였던 선사이다. 청매는 어릴 때 출가하여 서산휴정의 문하에서 선지(禪旨)를 전해 받고 그의 제자가 되었다. 31세에 묘향산에서 휴정과 함께 수도하던 중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휴정의 뜻에 따라 의승장(義僧將)이 되어 승병을 거느리고 3년 동안 왜적과 싸워 크게 공을 세웠다. 그 뒤 전국을 행각하였으며, 말년에 부안의 변산 요차봉(了嵯峯) 기슭에 월명암(月明庵)을 짓고 수도하다가 지리산 연곡사로 들어갔다.
청매인오 선사는 경을 보는 자세에 대해 이렇게 설하고 있다.
“심불반조(心不返照)하면 간경무익(看經無益)이라.”
이는 경을 읽는 자세히 단순히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경을 읽고 보는 순간 순간 마음을 관조해 자신을 자각하지 않으면 경을 읽어도 아무런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1617년(광해군 9)에는 왕명을 받아 정심(正心)·지엄(智嚴)·영관(靈觀) · 휴정 · 선수(善修) 등 5대사의 영정을 그려 조사당에 모시고 제문을 지어 봉사하였다. 76세로 입적하자 제자들이 천왕봉(天王峯) 밑에 영당(影堂)을 짓고 영정을 봉안하였다. 그는 청매파(靑梅派)를 개산하여 조선 중기 이후의 선종 발전에 이바지하였으며, 법을 이은 제자로는 쌍운(雙運)이 있다.
그의 청매집(김화수역, 토방출판사)에 소개된 몇편의 선시를 보자.
서릿날 휘둘러 봄바람 베어냄에 눈 가득한 빈 뜰에 낙엽이 붉다. 이 가운데 소식을 그대는 알겠는가! 반 조각 추운 달이 서봉을 베고 누워있네.
일휘상도참춘풍 一揮霜刀斬春風 설만공정란엽홍 雪滿空庭落葉紅 저리시비재변료 這裏是非才辯了 반륜한월침서봉 半輪寒月枕西峯 땔나무 해오고 물 길어 오는 일 외엔 하는 일 없네. 나를 찾아 현묘한 도리 참구에 힘쓸 뿐 날마다 변함없이 소나무 밑에 앉았노라면 동녘 하늘의 아침 해가 어느덧 서산에 걸려 있네.
반시운수야정 般柴運水野情 참구현관성자공 參究玄關性自空
일취만년송하좌 日就萬年松下坐 도동천일괘서봉 到東天日掛西峯 망망한 천지 중간 끝 어디 있나 찢어 놓고 갈라놓고 하늘을 원망해 그물 빠져나간 고기 다시 물에 막히고 만리를 나는 붕새도 어깨 한 번 쳐야 해.
망망감흥절중변 茫茫堪興絶中邊 폭렬두분기원천 幅裂豆分豈怨天 투망금린환체수 透網錦鱗還滯水 붕박만리일요견 鵬搏萬里一搖肩
* 3조 승찬이 4조 도신에게 해탈을 구하는 장면을 보고, 노래한 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