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의
지관법문
천태사상은 크게
교상문(敎相門)과 관심문(觀心門)으로 나누어진다. 교상문은 이론적인 측면으로써 교학적으로 사상을 체계화한 것으로 ‘오시팔교(五時八敎)’가
대표적인 예이다. 관심문은 수행적인 측면으로 실천론이라고 할 수 있다. 천태지의의 실천론은 지관(止觀)이라는 두 글자로 요약된다고 할 수 있다.
지관은 지의 이전부터 사용되었던 말로써 지(止)는 범어 samatha로 바깥 경계를 쫓아 일어나는 모든 잡념과 망상을 그치고 마음을 고요히
지니는 방법으로 곧 적정(寂靜)을 뜻한다.
관(觀)은 범어
vipasyana로 어떤 대상을 관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지관이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 가운데 정(定)에 속하는 정도이지만
지의에게 있어서 지관은 인도에서 의미하던 것을 넘어서 보다 넓고 깊은 차원을 나타낸다. 그에게 지관은 보다 정적인 면과 동적인 면,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 선정(禪定)적인 면과 선혜(禪慧)적인 면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지관은 크게 나눠서
점차(漸次)지관, 부정(不定)지관, 원돈(圓頓)지관의 세 가지가 있다. <마하지관(摩訶止觀)>에 의하면 이 세 가지 지관은 천태지의가
남악 혜사(慧思)로부터 전수받은 것이라고 한다. 점차지관은 얕은 곳에서 깊은 곳으로 점차적으로 지관을 실수(實修)하는 것을 말하고, 부정지관은
때와 경우에 따라 심천(深淺), 전후(前後)가 서로 호응되는 것을 말하고, 원돈지관은 전체적, 종합적으로 곧바로 실상의 구극을 체득하고 체현하는
것을 말한다. 천태지의의 저서 가운데 점차지관이 중심인 것은 <차제법문(次第法門)>이며, 부정지관이 중심인 것은
<육묘법문(六妙法門)>이며, 원돈지관이 중심인 것은 <마하지관>이다.
오시팔교의 화법사교에 의하면
장교에서는 석공관(析空觀)을, 통교에서는 체공관(體空觀)을, 별교에서는 공가중(空假中)에 대한 차제삼관(次第三觀)을, 원교에서는 즉공(卽空)
즉가(卽假) 즉중(卽中)의 일심삼관(一心三觀)을 닦는다. <마하지관>에서 말하는 원돈지관은 이 원교의 지관법으로 천태실천론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마하지관>은
천태실천론의 궁극적인 이상인 원돈지관을 오략십광(五略十廣)의 조직으로 설명하고 있다. 오략(五略)은 발대심(發大心), 수대행(修大行),
감대과(感大果), 렬대망(裂大網), 귀대처(歸大處)로 구성되어 있다. 발대심(發大心)에서는 열 가지의 틀린 생각을 제시하면서 사성제나 사홍서원
혹은 육즉(六卽) 등의 교설을 매개로 삼아 생각을 바르게 하며, 즉공(卽空) 즉가(卽假) 즉중(卽中)의 지관의 구극을 향하여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고 설명한다.
수대행(修大行)에서는
신구의(身口意) 세 가지에 관하여 사종삼매(四種三昧)의 지관 실천법을 설명한다. 감대과(感大果)에서는 지관의 성과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하고,
렬대망(裂大網)에서는 지관의 달성에 의해 세간의 미혹이라는 그물이 파열되는 것을 말하고, 귀대처(歸大處)에서는 지관이 귀착해야 할 곳을 밝힌다.
오략(五略)을 확대해서 설명한 것이 십광(十廣)으로 대의(大義), 석명(釋名), 체상(體相), 섭법(攝法), 편원(偏圓), 방편(方便),
정수(正修), 과보(果報), 기교(起敎), 지귀(旨歸)로 구성된다. 대의(大義)에서는 오략(五略)의 대의를 기술하고, 석명(釋名)에서는
상대지관관, 절대지관, 천태가 의미하는 지(止)의 세 가지 뜻과 관(觀)의 세 가지 뜻을 밝힌다.
체상(體相)에서는 지관의 체와
상에 대해서 설명하고, 섭법(攝法)에서는 리혹지행위교(理惑智幸位敎)의 여섯 가지 법에 의해서 일체법을 포섭하고 다시 그 여섯 가지 법이
상호포섭되는 것을 나타낸다. 편원(偏圓)에서는 대소(大小), 반만(半滿), 편원(偏圓), 점돈(漸頓), 권실(權實)에 대해서 상술한다.
방편(方便)에서는 25방편을 설하고, 정수(正修)에서는 지관의 대상인 십경(十境)과 지관의 방법인 십승관법(十乘觀法)에 대해서 기술한다.
과보(果報)에서는 관법을 성취해서 얻는 불과(佛果)에 대해서, 기교(起敎)에서는 중생을 교화하는 것에 대해, 지귀(旨歸)에서는 불과(佛果)를
성취해서 모두가 제법실상(諸法實相)의 이치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