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원융(六相圓融)
십현연기와 더불어 육상원융
또한 화엄무진연기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또다른 측면으로 중시되고 있다. 육상이란 총상(總相), 별상(別相), 동상(同相), 이상(異相),
성상(成相), 괴상(壞相)을 말한다. 이는 총별, 동이, 성괴라는 세 쌍의 대립되는 개념이나 모습이 서로 원융무애한 관계에 놓여 있어 하나가
다른 다섯을 포함하면서도 또한 여섯이 그 나름의 모습을 잃지 않음으로써 법계연기가 성립한다는 설이다.
모든 존재는 다 총상, 별상,
동상, 이상, 괴상, 성상의 육상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이 육상은 서로 다른 상을 방해하지 않고 전체와 부분, 부분과 부분이 일체가 되어
원만하게 융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연기로써 이루어진 모든 존재는 반드시 여러 가지 연(緣)이 모여 성립된다. 그러므로 거기에 성립된
총상(總相)은 부분을 총괄하여 전체를 만들고 있다.
또 별상(別相)은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부분과 부분을 말하는데 이것이 총상에 의지하여 원만하고 완전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총상이 없으면 별상이 없고 따라서 총상 밖에
별상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서로 유기적인 관계에 있는 부분을 가리킨다. 동상(同相)이란 별상의 하나하나가 서로 조화되어 모순되지 않고 성립되는
힘을 균등하게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상(異相)이란 별상이 서로
혼동되지 않고 있으면서 제각기 상을 잃지 않고 조화되어 있는 모양이다. 성상(成相)이란 별상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총상을 이루는 것이다. 이것을
부분이 다만 집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유기적인 관계성을 가지고 모여서 하나의 전체를 성립시키고 있는 것이다. 괴상(壞相)은 별상이 총상을
성립시키면서도 별상 제각기의 자격을 갖추고 있으면서 총상의 모양으로 혼융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법장은
<오교장>에서 육상을 집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가령 총상은 기둥, 석가래, 대들보 등을 총괄하고 있는 것을 말하고, 별상은
기둥, 석가래, 대들보 그 자체를 이른다. 동상은 기둥, 석가래, 대들보 등이 서로 힘을 합쳐 집을 조립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이상은 기둥,
석가래, 대들보 등은 각각 가로와 세로로 되어 있어 다른 유형이 되고 있음을 말한다.
또 성상은 기둥, 석가래,
대들보 등이 각각 인연이 되어 집을 완성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괴상은 기둥, 석가래, 대들보 등이 집을 조립하여 성립시키고 있으면서도 각각
자기의 본 모양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 육상의 관계를 체상용(體相用)의 관계로 나누어 보면 총상과 별상은 연기의 체(體)라고
보고, 동상과 이상은 연기의 상(相)이라고 하고, 성상과 괴상은 연기의 용(用)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