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 악도 생각하지 않는다(不思善不思惡)
육조 혜능선사가 스승 홍인선사에게 법을 전해받을 때 그 증거로서 의발(衣鉢:옷과 그릇)을 받았는데, 대중들이 이를 알고 깜짝 놀라 의발을 빼앗으려고 혜능의 뒤를 쫓았다. 그 속에 무인 출신인 혜명(慧明)이란 자도 혜능을 쫓아왔다.
그러자 혜능은 스승으로부터 받은 의발을 돌 위에 놓고서 말했다. "이 의발은 믿음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힘으로는 쟁취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혜명은 이를 빼앗으려고 했지만 의발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대법의 전승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력으로는 취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혜명은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면서 가르침을 구했다. "저는 단지 법을 구하러 왔을 뿐입니다. 부디 대법을 말씀해주십시오." 혜능이 말했다. "일체의 망상과 삿된 생각을 버리고 맑은 마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혜능은 혜명의 마음이 고요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천천히 물었다. "선도 악도 생각하지 않을 바로 그때, 그대 혜명 수좌의 본래면목은 무엇인가?" 혜명은 이 말을 듣고서 홀연히 깨달았다고 한다.
이 '선도 악도 생기지 않는다'는 옳고 그름, 선과 악, 자기와 남, 이익과 손실 등의 상대적 개념으로부터 벗어나 일념도 일어나지 않는 고차원의 경지를 가리킨다.
인간은 늘 사물을 대립적으로 보려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적 분별심이 있는 한 진실하고 순수한 진리를 접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미혹을 일으키는 상대적인 생각을 없애야 하는 것이다.
선 수행에서는 이 상대적 개념을 초월해 절대적 인식에 서는 것을 추구한다. 상대적 분별심을 없앤 절대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 '선도 악도 생기지 않는다'이다.
또, '부모로부터 태어나기 이전(父母未生前)'이나 '천지가 나뉘어지기 전(天地未分前)'이란 말도 마찬가지 의미이다. 부모나 천지는 모두 상대적 개념을 대표해서 나타낸 것이다.
현실세계는 모두 분별의 상대적 세계이지만, 이것을 낳기 전, 즉 절대무차별의 심경이 바로 '선도 악도 생각하지 않는다.'이다.
<六祖壇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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