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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대사]무연(無緣)대비(大悲)의 눈물

白道 박만주 2017. 5. 4. 08:51

 

 

 

 

 

 

 

   

  [원효대사]

 

  무연(無緣)대비(大悲)의 눈물 



원효는 나뭇잎을 따서 깔고 그 위에 작은 시체를 놓고 그리고는 또 나뭇잎으로 그것을 덮었다. 대안대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자는 것이었다. 원효는 시체의 앞에 합장하고 아미타불을 염하였다. 업보인 육체를 떠난 생명은 다 같은 마음 하나다. 그러나 이 불쌍한 너구리 새끼는 벌써 또 한 내생의 윤회에 든 것이다.



“나무아미타불” 원효는 이 염불 공덕을 죽은 너구리에게 회향하였다. 만일 원효가 지금까지에 쌓은 모든 선근과 공덕을 다 회향하여서 건져낼 수만 있다고 하면 원효는 그것을 아깝게 생각지 아니 하였다. 그러나 원효는 승만여왕 때에 벌써 제가 어찌나 공덕이 없음을 느꼈다.


그러나 한 중생의 업보를 다른 중생이 가로맡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심은 자야 거두어라”하는 것이 법계의 인과다. 오직 불보살의 대원력만이 능히 중생의 업보의 줄을 끊는 것이다. 그러나 중생이 마음문을 열고 불보살의 대원력을 받아들이지 아니 하면 불보살도 어찌하지 못하는 것이다.



“둔근요소법 탐착어생사 어제무량불 불행심묘도


 鈍根樂小法 貪着於生死 於諸無量佛 不行深妙道


(둔한 무리 작은 것을 좋아하여 나고 죽는 일을 좋아라 하여 무량하신 부처님네 만나도 깊고 묘한 도를 행치 아니하여).”


이 때문에 중생이 끝없이 생사에 윤회하는 것이다. 이제 여기 죽은 너구리 새끼도 나고 죽는 작은 법을 탐하여서 이렇게 나고 죽는 것이다. 누가 그렇게 시키는 것이 아니다.

 

원효는 죽은 너구리에게 들려 주느라고 법화경 방편품게法華經 方便品偈를 소리 높이 읽었다.


“아지차중생 미증수선본 견착어고욕 치애고생뇌 윤회육취중 비수락고독 수태지미형 세세상증장 박덕소복인 중고소핍박...심착허망법 견수불가사 아만자긍고 도곡심부실 고천만억겁 불문불명자 역불문정법 여시인난도...제법종본래 상자적멸상 불자행도이 내세득작불...일칭나무불 개이성불도



我知此衆生 未曾修善本 堅着於故慾 癡愛故生惱 輪廻六趣中 備受諾苦毒 受胎之微形 世世常增長 薄德少福人 衆苦所逼迫...深着虛妄法 堅受不可捨 我慢自矜高  謟曲心不實 故千萬億劫 不聞佛名子 亦不聞正法 如是人難度...諸法從本來 常自寂滅相 佛子行道已 來世得作佛...一稱南無佛 皆已成佛道


(내 알기로 중생들이 일찍이 선한 근본을 닦지 않고 오욕에만 애착하여 어리석고 성 잘 내고, 탐욕에만 속박되어 삼악도에 떨어지며, 여섯 갈래 헤매면서 모든 고통 두루 겪고, 태 속에서 받은 몸 생사가 끝없으며, 덕도 없고 목도 없어 뭇 고통에 시달리며...허망한 법 고집하여 버릴 줄을 모르나니, 아만과 자존심 높아 마음 굽어 부실하여, 천만억 겁 지내어도 부처님 이름 못 듣고 법 또한 듣지 못해 제도하기 어려우니,


사리불아, 이런 사람 방편법을 베풀어서 고통 끊는 길을 말해 열반법을 보여주며, 열반이라 말했으나 참된 열반 아니니 모든 법은 본래부터 항상 고요한 것이니 불자들이 이런 도를 행하면 오는 세상 부처가 될 것이요, 나무불 한번만 불러도 모두 성불하리라).”


이렇게 큰 소리로 외우고 있을 때,


“스님 경 읽으시오?”하고 대안이 병에 젖을 얻어 가지고 왔다.


“새끼 너구리 한 마리가 그동안에 죽었습니다.”


“너구리가 법화경을 알아듣소?”하고 대안은 빙그레 웃었다.



“너구리는 무슨 경을 알아듣습니까.” 원효가 이렇게 대안에게 말하였다.


“내 너구리 새끼가 알아들을 경을 읽을 테니 스님 들어 보시오.”하고 대안은 바리에 젖을 따르더니 너구리 한 마리를 들어 안고,


“오 그렇지, 아가 젖 먹어라. 자, 자, 머. 네 어미 젖만 못하겠지만, 자 머.”


너구리 새끼는 짭짭짭짭 젖을 빨아들였다. 젖꼭지가 아니기 때문에 먹기가 힘이 들었으나 그래도 먹었다.


“오, 너는 인제 그만 먹고, 네 동생들도 먹어야지.”하고 대안은 젖먹은 새끼를 풀 위에 따로 놓고 다음에는 또 한 마리를 들어 젖을 먹였다. 너구리 새끼가 젖을 먹는 것을 보며 대안은 벙글벙글 얼굴이 온통 웃음이 되었다.


“아가, 머, 더 먹지.” 이 모양으로 중얼거리면서 차례차례 젖을 먹여서는 차례차례 풀 위에 내려놓았다. 젖을 먹은 새끼들은 더 먹고 싶은 듯이 입을 냠냠하다가 만족한 듯이 잠이 들었다. 이 모양으로 일곱 마리는 젖을 먹었으나 한 마리는 젖을 입에 대어주어도 먹지 못하였다. 배가 고파서 너무 쇠약한 것이었다. 먹을 기운도 없어진 것이었다.


대안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스러지고 슬픈 빛이 돌았다. 그리고는 젖 한 모금을 제 입에 머금어서 새끼 너구리의 입을 벌리고 흘려넣어 주었다. 그래도 그 젖은 수르르 입에서 흘러나올 뿐이었다.


“어. 나무아미타불” 대안은 그 새끼를 먼저 죽은 제 동생의 곁에 놓았다. 그리고는 병에 남았던 젖을 다른 그릇에 조금 따라서 두 시체 앞에 놓았다. 그리고는 두 시체를 한번 만져 보았다. 일곱은 잠이 들고 둘은 죽었다. 대안은 두 시체의 앞에 젖을 따라놓고 굵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원효는 놀랐다. 대안의 눈에도 눈물이 남았는가. 그러나 대안의 눈물은 무연無緣의 눈물이었다. 제게 인연 있는 이만을 위하여 흘리는 중생의 눈물과는 달랐다. 원효는 ‘대비大悲’라는 말뜻을 비로소 알 것 같았다. 대비의 눈으로 세간을 바라볼 때 눈물이 비오듯 아니 할 수 있으랴.


“스님” 하고 대안은 눈물을 거두고 풀 위에 앉으며,


“스님. 내 송경誦經은 이러하오.”하고 하핫하핫 웃었다.


“스님의 송경은 너구리 새끼가 알아들었겠습니까.” 원효는 이렇게 물었다.


“배고플 때에 먹여주는 걸 몰라?” 대안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배고플 때에 먹여 주는 것으로 무슨 법을 설하셨습니까.”


“자비慈悲” 대안은 이렇게 말하고 원효를 노려보았다. 대안에게는 위엄이 있었다. 익살스러운 중이 아니었다.



“시체 앞에 저렇게 젖을 따라놓으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먹이고 싶은 마음” 대안의 얼굴은 다소 부드럽게 변하였다.


“그렇습니다. 스님은 지금 자비법문을 설하셨습니다.” 원효는 이렇게 말하였다.


“여시여시如是如是. 그러나 동냥중 대안이 설하였다 하지 마오. 비로자나불이 설하신 것이오.” 대안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대일여래大日如來는 무엇을 설하시오?” 원효는 이런 말을 물었다.


대안은 푸른 하늘에 높이 솟은 해를 바라보고 합장한 뒤에,


“제불세존이 설하시는 무량법문이 모두 자비일문이거니와 대일여래는 평등보시平等布施 법문을 설하시나 보오. 스님도 빛을 받고 소승도 빛을 받고 이 너구리 새끼들도 빛을 받고 저 풀과 나무들도 같은 빛을 받지 아니 하오. 이것을 일러서 평등보시법문이라고 하오. 법계가 온통 대일여래의 한 자비심인慈悲心印이란 말요.”


이 말에 원효가 “여시여시” 하였다.

 


-춘원 이광수 장편소설 원효대사 1권 152~157쪽, 화남 刊

 

 

사랑과 연민  2009/12/2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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