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서 보현보살등 오백보살, 오백성문과 함께 계실때 에 ‘사자가 기운을 뻗는 것과 같은 삼매(獅子頻申三昧)’에 드시게 되었다. 그때 사방에서 수많은 보살들이 모여와 부처님을 찬탄하자 보현보살은 열가지 법으로 부처님의 사자빈신 삼매의 뜻을 말하였다.
이에 부처님은 모든 보살들을 이 삼매에 함께 들게하기 위해서 미간의 흰털로 큰 광명을 발하니 온갖세계가 빛으로 장엄되고 이 광경을 본 보살들은 부처님의 공덕바다에 깊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것을 근본 법회라 한다.
그러자 문수보살은 사리불과 목건련등 여러사람을 데리고 남쪽으로 떠난다. 문수보살 일행이 복성이라는 지역의 동쪽 사라숲에 있는 큰 탑에 머물게 되었을 때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문수보살 앞에 모여들었다. 문수보살은 그중에서 부처의 법을 받을 만한 선재라는 동자를 발견하고 “그대는 이미 법을 깨닫고자 마음을 일으켰으니 남쪽으로 떠나 여러 스승을 찾아 가르침을 닦으라”고 말했다.
이에 선재동자는 문수보살의 가르침대로 남쪽으로 110개의 성을 여행하면 서 53명의 스승을 만나게 되고 그들로부터 묘한 법문을 깨치게 되니 이것을 가지 법회라 한다.
선재동자가 만난 인물과 배운 내용은 매우 다양하고 심후하다. 선재동자의 구도 행각을 보면 맨처음 문수보살을 만나서는 열가지 믿음(十信)을 얻게 되었고, 덕운비구 해운비구 선주비구 마가장자 해탈장자 해당비구 휴사거사 비목선 인 승열바라문 자행동녀에게서는 열가지 마음 머무는 법(十住)을 얻게 되었다.
또 남으로 가면서 만난 자재주동자 구족신여인 명지거사 법보계 장자 보안 장자 무염족왕 부동신여인에게서는 열가지 행해야될 법(十行)을, 또 육향장자 바시라선사 무상승장자 사자빈신비구니 바수밀다여인 바시디 라뱃사공 관자재보살 정취보살 대천신 안주지신에게서는 열가지로 모든 공덕을 되돌려주는 법(十廻向)을 얻었다
. 그뿐 아니라 바산타바얀티 보덕정광야신 희목관찰 중생야신 묘구묘덕야신 적정음해야신 수호일체중생야신 개부수화야신 대원정진야신 묘덕원만야신 구바석종녀에게서는 수행에 따라 열리는 열단계 지위(十地)를, 마야부인 천주광천녀 변우동자사 중예동자 현승여인 견고해탈장자 묘월장자 무승군장자 적정바라문 덕생동자 미륵보살 그리고 다시 찾은 문수보살에게서는 부처직전의 경지인 등각(等覺)을 얻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현보살을 만나 열가지 깨뜨릴수 없는 최상의 지혜법문 을 듣고 모든 부처님과 더불어 평등하게 되는 묘각(妙覺)의 법을 얻는 것으로 선재가 부처님 법계에 어떻게 들어가는가를 끝으로 <화엄경> 법회가 마친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한번 확인하고 가야될 부분이 있다. 선재동자를 비롯한 문수보살등의 53선지식은 과연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이분들은 역사상 실재인물은 아니다. 그러므로 선재동자가 겪은 수많은 사건역시 겉으로 드러난 실재가 아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한량 없는 깨달음속에서 방편으로 일으킨 인물아닌 인물이며 사건아닌 사건이다. 부처님과 선재와 문수 보현 그리고 53선지식은 본래 하나인 셈이다. <화엄경>에서는 부처의 마음과 중생은 차별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부처님을 위시한 선재동자와 53선지식 그리고 갖가지 수행과정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