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가 천태 경교관의 핵심
지금까지 오시팔교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을 해보았으므로 이번에는 오시팔교가 어떻게 전개해가고 있는지를 분석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오시팔교로 대표되는 천태교판(天台敎判)은 법에서 시작하여 법으로 끝마친다고 할 수 있다. 천태는 이것을 ‘법(法)→삼제삼관(三諦三觀)→화법사교(化法四敎)→오시(五時)→화의사교(化儀四敎)→법(法)’으로 도식화하고 있다. 즉 법은 공(空)·가(假)·중(中)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공(空)·가(假)·중(中)이라는 세 요소는 교(敎)의 네 가지 즉 화법사교(化法四敎)를 이루며, 이것은 다시 오시(五時)라고 하는 경전법문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다시 화의사교(化儀四敎)로 구획된다. 이처럼 이 법에 대한 이해가 누구나 가능하다면 붇다의 설법이란 것이 필요 없겠지만 중생은 누구나 이것은 가능치 않기에 붇다는 중생을 위해 법에 대해 여러모로 설명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설법이다. 법을 설하는 붇다의 설법이 법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법(法)→삼제삼관(三諦三觀)→화법사교(化法四敎)→오시(五時)→화의사교(化儀四敎)→법(法) ① 일반적으로 천태는 “인연소생법(因緣所生法) 아설즉시공(我說卽是空) 역명위가명(亦名爲假名) 역시중도의(亦是中道義)”라는 《중론(中論)》의 삼제게(三諦偈)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즉 ‘인연소생법(因緣所生法)’이라는 ‘법(法)’으로부터 시작하여 ‘아설즉시공(我說卽是空)’의 ‘공(空)’, ‘역명위가명(亦名爲假名)’의 ‘가(假)’, ‘역시중도의(亦是中道義)’의 ‘중(中)’으로 전개된다. 공(空)·가(假)·중(中) 삼제삼관(三諦三觀)은 교설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② 이 공(空)·가(假)·중(中) 삼제삼관(三諦三觀)은 장(藏)·통(通)·별(別)·원(圓)의 화법사교(化法四敎)라는 교설분류에 담겨진다. 즉 공(空)을 분석한 것이 장(藏)이고, 다시 공(空)을 체득한 것이 통(通)이며, 공가중(空假中)을 차례로 들어가는 것이 별(別)이고, 공가중(空假中)을 하나로 보는 것이 원(圓)이다. 즉 장(藏)은 석공(析空)으로, 통(通)은 체공(體空)으로, 별(別)은 공가중(空假中)의 차제(次第)로, 원(圓)은 공가중(空假中)의 원융(圓融)으로 이루어진다.
③ 이 화법사교(化法四敎)는 다시 화엄(華嚴)·녹원(鹿苑)·방등(方等)·반야(般若)·법화열반(法華涅槃)의 오시(五時)라고 하는 경전으로 중생들에게 직접적으로 베풀어진다. 즉 원(圓)에다가 별(別)은 화엄(華嚴)으로, 장(藏)은 녹원(鹿苑)으로, 장(藏)·통(通)·별(別)·원(圓)은 방등(方等)으로, 원(圓)은 법화로, 다시 장(藏)·통(通)·별(別)·원(圓)은 열반으로 이루어진다.
④ 이것은 다시 화엄(華嚴)은 돈(頓)으로, 녹원(鹿苑)·방등(方等)·반야(般若)는 점(漸)으로, 법화열반(法華涅槃)은 비돈비점(非頓非漸)으로 구획되면서 아울러 화엄(華嚴)·녹원(鹿苑)·방등(方等)·반야(般若)는 비밀(秘密)과 부정(不定)으로 인해 화엄(華嚴)은 점(漸)으로도, 녹원(鹿苑)·방등(方等)·반야(般若)는 돈(頓)으로도 된다. 따라서 돈(頓)·점(漸)·비밀(秘密)·부정(不定)의 화의사교(化儀四敎)로 인해 다시 법(法)으로 돌아간다.〈표1〉
이러한 전개로 이어지는 천태의 경교관(經敎觀)에서 장(藏)·통(通)·별(別)·원(圓)의 사교(四敎)는 그 핵심으로 작용한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空)·가(假)·중(中)의 삼제삼관(三諦三觀)은 일체법(一切法)을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눈 것으로서 불법(佛法)의 진리(眞理)와 관법(觀法)을 세 가지로 나눈 것이다.
둘째, 장(藏)·통(通)·별(別)·원(圓)의 사교(四敎)는 공(空)·가(假)·중(中)을 어떻게 하면 중생들에게 쉽게 전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제작된 약법(藥法) 또는 교법(敎法)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오시(五時)는 장(藏)·통(通)·별(別)·원(圓)의 사교(四敎)라는 가르침을 조합하여 직접 중생들에게 설하는 가르침으로서 오부(五部)의 경전을 통해 제시된다. 넷째, 돈(頓)·점(漸)·비밀(秘密)·부정(不定)의 화의사교(化儀四敎)는 오시(五時)를 부판(部判)의 표리(表裏)로 다시 정리한다.
① 공(空)·가(假)·중(中)의 삼제삼관(三諦三觀) 공(空)·가(假)·중(中)의 삼제삼관(三諦三觀)은 일체법(一切法)을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눈 것으로서 불법(佛法)의 진리(眞理)와 관법(觀法)을 세 가지로 나눈 것이다. 천태는 교관(敎觀)이라고 표현되는 만큼 교리를 서술함에 있어서 반드시 수행이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장·통·별·원의 사교(四敎)가 교관(敎觀) 원칙에 따라 공·가·중의 삼관(三觀)과의 관계에서 이해될 때 그 사교(四敎)가 비로소 천태대사(天台大師)의 뜻으로 《사교의(四敎義)》로 되는 것이다. 이것이 천태대사(天台大師)의 《사교의(四敎義)》가 당초부터 《삼관의(三觀義)》와 함께 한 까닭이다. 그러므로 “사교(四敎)는 삼관(三觀)에 의해 일어난다”고 정의하는 것이다. 삼관(三觀)에 따라 분류한 장·통·별·원의 사교(四敎)는 경전의 내용을 심천(深淺)에 따라 배열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중론(中論)》의 사구게(四句偈)는 사교(四敎)의 근거보다도 보통에는 삼관(三觀)의 근거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많다. 그러나 사교(四敎)는 삼관(三觀)에 의해 일어난다고 하는 정의되어 있는 것에는 이 사구게(四句偈)가 동시에 사교(四敎)의 교리적 근거를 이루고 있는 것도 수긍된다. 그렇지만 삼관(三觀)에 대해 그것은 반드시 《중론(中論)》의 뜻이 아니라 천태대사(天台大師)가 그처럼 해석한 것이고 삼관(三觀)의 사상은 오히려 천태대사(天台大師)가 독창적으로 대성한 법문이라고도 보인다.
《법화현의(法華玄義)》나 《마하지관(摩訶止觀)》을 보면, 사교(四敎)는 삼관(三觀)에 의해 일어나고 삼관(三觀)은 일심(一心)으로부터 일어난다고 하는데, 사교(四敎)와 삼관(三觀)은 그 생성에 있어서는 사실단(四悉檀)이 매개로 되어 있다. 즉 《법화현의(法華玄義)》 1상(上) 7번공해(番共解) 가운데 제7 회이(會異)는 사실단(四悉檀)을 열 가지로 해석하고 있는데, 그 제5에 기교관(起敎觀)에서, “깊고 미묘한 이치는 관하지 않으면 밝힐 수 없고 이치에 계합한 관(觀)은 실단(悉檀)이 없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라고 하는 서술이 있다.
결국 삼관(三觀)의 종가입공관(從假入空觀)-종공입가관(從空入假觀)-중도제일관(中道第一觀)의 수증(修證)이나 삼지삼안(三智三眼)의 생성은 모두 사실단(四悉檀)의 작용을 이해하므로써 파악되는 것이다. 또 이어서 “약일심삼관(若一心三觀) 교용역여시(巧用亦如是)”라고 하는데, 이상의 차제삼관(次第三觀)과 마찬가지로 일심삼관(一心三觀)에 대해서도 사실단(四悉檀)을 교묘하게 써서 닦아 얻어야 한다고 한다.
② 장(藏)·통(通)·별(別)·원(圓)의 화법사교(化法四敎)
장(藏)·통(通)·별(別)·원(圓)의 사교(四敎)는 공(空)·가(假)·중(中)을 어떻게 하면 중생들에게 쉽게 전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제작된 약법(藥法) 또는 교법(敎法)이라고 할 수 있다. 불법에는 이치에 맞추어 관(觀)을 닦아 증득할 수밖에는 얻을 수 없는 불가설(不可說)인 것과 인연방편이나 비유에 의해 전해지는 가설(可說)인 것이 있다. 또 전자의 불가설(不可說)인 이법(理法)을 사람에게 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사실단(四悉檀)의 작용에 의해 불가설(不可說)한 것을 설한다. 혹 침묵을 설한다고 할 수 있다.
또 법을 설하는 경우 고려할 수 있는 점은 중생 근성의 상위에 따라 어떠한 법을 어떻게 설하는가 하는 것이다. 즉 근성 상위에 대해서 보면, 하품(下品)의 낙욕(樂欲)은 세계실단(世界悉檀), 세계내사선(世界內事善)은 위인실단(爲人悉檀), 졸도파혹(拙度破惑)은 대치실단(對治悉檀), 석법입공(析法入空)은 제일의실단(第一義悉檀)이다. 이것을 분류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표2〉 표에 의해 사교(四敎)가 사실단(四悉檀)을 매개로 하여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사교(四敎)분류의 계기가 네 가지 근성의 낙욕(樂欲) 즉 세계실단(世界悉檀)에 있는 것은 근성의 차별에 따라 법익(法益)에 차이가 있다. 장·통·별·원의 사교(四敎)는 오시팔교(五時八敎)적 이해에 의하면 화법사교(化法四敎)라 불리우고 법의 심천(深淺) 분류라 하지만 그 기본은 중생 근성의 차별에 따른 화의(化儀)의 차이에 의한 것이다. 장·통·별·원의 사교(四敎)는 사실단(四悉檀)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③ 화엄(華嚴)·녹원(鹿苑)· 방등(方等)·반야(般若)· 법화열반(法華涅槃)의 오시(五時) 오시(五時)는 장(藏)·통(通)·별(別)·원(圓)의 사교(四敎)를 조합하여 중생들에게 설하는 가르침으로서 오부(五部)의 경전을 통해 제시된다. 사교(四敎)와 마찬가지로 사실단(四悉檀)의 작용이 매개되어 화엄·아함·방등·반야·법화의 오시(五時)가 일어난다. 오시(五時)는 사교(四敎)를 요소로 하고 사교(四敎)의 조합에 의해 구성되고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④ 돈(頓)·순(漸)·비밀(秘密)· 부정(不定)의 화의사교(化儀四敎) 돈(頓)·순(漸)·비밀(秘密)·부정(不定)의 화의사교(化儀四敎)는 오시(五時)를 부판(部判)의 표리(表裏)로 다시 정리한다. 천태교관(天台敎觀)의 본질은, 법(法)이라고 볼 수 있다. 오시(五時)가 화의사교(化儀四敎)와의 관계에서 표면적으로는 돈교(頓敎)·순교(漸敎)·비돈비순(非頓非漸) 등으로 규정되지만 비밀교와 부정교로 보면 이면에는 돈교(漸敎)·순교(頓敎)도 함께 쓰고 있는 것이므로 그대로 일법(一法)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