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설(浮雪)거사(?~7??)
目無所見無分別 보는 것이 없으니 분별이 없고
耳廳無聲絶是非 듣는 바가 없으니 시비가 일지 않는다
分別是非都放下 분별 시비 다 내려놓고
但看心佛自歸依 내 마음 부처님께 귀의할 뿐
방(龐蘊)거사(?~808?)
但願空諸所有 다만 온갖 있는 바를 비우기 원할지언정
愼勿實諸所無 온갖 없는 바를 채우려 하지 마라
好住世間 즐거이 머문 세간
皆如影響 모두 그림자와 메아리 같나니
임제(臨濟義玄)선사 (?~867)
沿流不止問如何 법을 길이 이으려면 어찌하랴 묻는 말에
眞照無邊說似他 진성(眞性) 비춤이 끝없어서 그에게 이르기를,
離相離名人不稟 모양을 떠나고 이름 떠난 그것 좀체 아니 받나니
吹毛用了急還磨 취모검(吹毛劍) 쓰고 나선 급히 다시 갈라고.
대혜종고(大慧宗杲)선사(1089 ~1163)
生也祗麽 삶이 이러하고
死也祗麽 죽음이 이러하나니
有偈無偈 게송이 있고 없고
是甚麽熱 이 무슨 뜨거움인가
고봉(高峯)선사(1238~1295)
來不入死關 와도 죽음의 문에 들어온 일이 없으며
去不出死關 가도 죽음의 문을 벗어나는 일이 없네
鐵蛇鑽入海 쇠로 된 뱀이 바다를 뚫고 들어가
撞倒須彌山 수미산을 쳐 무너뜨리도다
태고보우(太古普愚)국사 (1301~1382)
人生命若水泡空 삶이란 물거품과 같나니
八十餘年春夢中 팔십 평생이 일장춘몽이로다
臨路如今放皮袋 이제 길을 떠나며 가죽 껍데기를 벗자니
一輪紅日下西峰 둥그런 붉은 해는 서산에 떨어지노라
나옹혜근(懶翁惠勤)선사 (1320∼1376)
七十八年歸故鄕 칠십팔 년 고향으로 돌아가나니
天地山河盡十方 이 산하대지 온 우주가 다 고향이네
刹刹塵塵皆我造 삼라만상 모든 것은 내가 만들었으며
頭頭物物本眞鄕 이 모든 것은 본시 내 고향이네.
함허득통(涵虛得通)선사 (1376~1433)
湛然空寂 本無一物 넉넉하여 공적하니 본래 한 물건도 없으며
神靈光赫 洞徹十方 신령스러운 빛이 혁혁하여 온세상에 뚜렷하여라
更無身心 受彼生死 다시는 몸과 마음이 생사를 받지 않아
去來往復 也無罣碍 오고 감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도다
臨行擧目 十方碧落 나아가려다 눈을 뜨니 온세상이 뚜렷하여라
無中有路 西方極樂 없는 가운데 길이 있으니 서방극락이로다
청허휴정(淸虛休靜)선사 (1520~1604)
千計萬思量 천 가지 계획 만 가지 생각
紅爐一點雪 붉은 화로 속 한 점 눈송이
泥牛水上行 진흙 소가 물 위를 가나니
大地虛空烈 대지와 허공이 갈라지도다
부휴(浮休)선사 (1543~1615)
七十餘年遊幻海 칠십 년 꿈과 같은 바다에서 놀다가
今朝脫却返初源 오늘 이 몸 벗고 근원으로 돌아가네
廓然空寂本無物 텅 비어 적적하여 한 물건도 없나니
何有菩提生死根 어찌 깨달음과 나고 죽음이 따로 있겠는가
고한(孤閑)선사 (1561~1647)
空來世上特 헛되이 세상에 와서
作地獄滓矣 지옥의 찌꺼기만 만들고 가나니
命布體林麓 이 몸은 저 숲과 산기슭에 버려
以飼育獸 짐승의 먹이가 되기를
소요태능(逍遙太能) (1562∼1649)
解脫非解脫 해탈이 해탈이 아니니
涅槃豈故鄕 열반이 어찌 고향이리
吹毛光爍爍 취모검의 칼날이 번뜩이니
口舌犯鋒鋩 입 벌리면 그대로 목이 잘리네.
괄허(括虛)선사 (1720-1789)
幻來從幻去 환에서 와서 환을 쫓아가나니
來去幻中人 오고감이 환 가운데 사람이로다
幻中非幻者 환 가운데 환 아닌 것이
是我本來身 나의 본래 몸일세
경허(鏡虛)선사 (1849~1912)
心月孤圓 마음달이 외로이 둥그니
光呑萬像 빛이 만상을 삼켰어라
光境俱忘 빛과 경계를 함께 잊나니
復是何物 다시금 이것이 무슨 물건인가
혜월(慧月)선사 (1861~1937)
一切有爲法 일체의 함이 있는 법은
本無眞實相 본래 진실한 상이 없도다
於相義無相 상에서 상 없음을 안다면
卽鳴爲見性 성품을 보았다고 하느니
용성(龍城)선사, 1864~1940)
諸行之無常 모든 행이 무상하고
萬法之俱寂 모든 법이 적적하여라
匏花穿離出 박꽃이 울타리를 뚫고 나아가
閑臥麻田上 삼밭에 한가로이 누웠나니
석우(石友)선사 (1875~1958)
囊括乾坤方外擲 하늘과 땅을 바랑에 넣어 한켠에 밀쳐놓고
杖挑日月袖中藏 해와 달을 지팡이로 따서 소맷자락에 감추노라
一聲鍾落浮雲散 한 줄기 종소리에 뜬구름 흩어지고
萬蘿靑山正夕陽 만 갈래 청산에 비로소 석양이 비치나니
동산(東山)선사 (1890~1965)
元來未曾轉 원래 일찍이 바꾼 적이 없거늘
豈有第二身 어찌 두 번째 몸이 있으랴
三萬六千朝 삼만 육천 일
反覆只這漢 날마다 되풀이하는 다만 이놈뿐이니
효봉(曉峰)선사 (1888~1966)
吾說一切法 내가 말한 모든 법은
都是早 拇 모두 다 군더더기
若問今日事 오늘 일을 묻는가
月印於千江 달이 천강(千江)에 비치니라
춘성(春性)선사 (1891~1977)
八十七年事 여든일곱 해의 일이
七顚八倒起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고꾸라졌다 일어남이라
橫說與竪說 횡설과 수설이여
紅爐一點雪 붉은 화로 위의 한 점 눈송이로다
구산(九山)선사 (1910~1983)
滿山霜葉紅於二月花 가을 서리 내린 낙엽이 봄꽃보다 붉나니
物物頭頭大機全彰 두두물물 만물의 큰 기틀이 모두 뚜렷하도다
生也空兮死也空 삶도 공이요 죽음도 공이러니
能仁海印三昧中微笑而逝 부처님의 해인삼매 속에 미소 짓고 가노라
혜암(慧庵)선사 (1884~1985)
行狀衲衣一枝 누더기 한 벌과 지팡이 하나로
東走西走走無窮 동서를 끝없이 달리나니
傍人若問何處走 어디로 달렸느냐 묻는다면
天下橫行無不通 천하를 가로질러 통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리
성철(性澈)선사 (1912~1993)
生平欺狂男女群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彌天罪業過須彌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치네
活陷阿鼻恨萬端 산채로 아비지옥에 떨어져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나니
一輪吐紅掛碧山 둥근 수레바퀴 붉음을 내뱉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서운(瑞雲)선사 (1903-1995)
無形叩之卽有靈 형상이 없으나 두드리면 곧 신령스러움이 드러나고
三毒火湯過平生 삼독의 화탕지옥에서 한평생을 보냈나니
脫却體露還本鄕 이제 몸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寒月空山屬眞人 차가운 달 빈 산이 진리의 몸이로세
월산(月山)선사 1912~1997)
廻廻一生 일생을 돌고 돌았으나
未移一步 아직 한 걸음도 옮기지 않았도다
本來其位 본래 그 자리는
天地以前 하늘땅보다 먼저이니라
일타(日陀)선사 (1929~1999)
一天白日露眞心 하늘에 밝은 해가 진심을 드러내니
萬里淸風彈古琴 만리에 맑은 바람 거문고를 타는구나
生死涅槃曾是夢 생사와 열반이 일찍이 꿈이려니
山高海활不相侵 산은 높고 바다 넓어 방해롭지 않구나
정행(淨行)선사 (1902~2000)
如是來如是去兮 이와같이 오고 이와같이 가나니
百年生涯刹那間 백년 생애가 찰라로구나
萬里長天一樣色 끝없는 하늘은 한 모양이니
靑山不動白雲流 청산은 의연하고 흰구름은 유유할세
탄성(呑星)선사 (1930~2000)
山色人我相 산빛도 인아의 모습이요
流水是非聲 흐르는 물도 시비의 소리로다
山色水聲離 산빛도 물소리도 떠난 곳에
聲啞居平生 귀머거리도 벙어리도 평생을 살리라
혜암(慧菴)선사 (1920~2001)
我身本非有 나의 몸은 본래 없는것이요
心亦無所住 마음 또한 머물 바 없도다
鐵牛含月走 무쇠소는 달을 물고 달아나고
石獅大哮吼 돌사자는 소리 높여 부르짖도다
청화(淸華)선사 (1924~2003)
此世他世間 이 세상과 저 세상을
去來不相關 오고감을 상관치 않으나
蒙恩大千界 은혜를 입음은 대천세계이거늘
報恩恨細澗 은혜를 갚음은 작은 시내라 한스럽나니
월하(月下)선사 (1915~2003)
一物脫根塵 한 물건이 육신과 세상에서 벗어나고
頭頭顯法身 두두물물 모두 법신을 나투네.
莫論去與住 가고 머뭄을 논하지 말라
處處盡吾家 곳곳이 나의 집이나니
서옹(西翁)선사 (1912~2003)
雲門日永無人至 구름 낀 문에 해는 긴데 이르는 사람 없고
猶有殘春半落花 남은 봄에 꽃은 반쯤 떨어졌네
一飛白鶴千年寂 한 번 백학이 나니 천 년이 고요하고
細細松風送紫霞 부드러운 솔바람 붉은 노을을 보내나니
법홍(法弘)선사 (1915-2003)
一念成四大 한 생각이 사대를 형성하니
因緣聚霧散 인연따라 모였다 안개처럼 흩어지누나
心識本來空 마음과 생각은 본래 공하니
日月澄淸明 해와 달이 맑고 밝도다
서암(西庵)선사 (1946~2003)
나는 그런 거 없다.
정 물으면 “그 노장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
그게 내 열반송이다.
인곡(仁谷)선사 (1941~2005)
我有一鉢囊 내게 바랑이 하나 있거늘
無口亦無底 입도 없고 밑도 없도다
受受而不濫 담아도 담아도 넘치지 않고
出出而不空 주어도 주어도 비지 않나니
관조(觀照)선사 (1943-2006)
森羅萬象天眞同 삼라만상이 본디 부처의 모습이네
念念菩提影寫中 한 줄기 빛에 담아 보이려 했나니
莫問自我何處去 내게 어디로 가느냐고 묻지 말라
水北山南旣靡風 동서남북에 언제 바람이라도 일었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