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은 예로부터 선도수련의 삼보로 알려져 있는 정(精). 기(氣). 신(神) 중에서 정에 속한다. 감로라고도 불리워지며, 쉽게 말해서 기가 액화되어 나타났다고 보아도 좋겠다. 호흡수련을 일단 시작한 후에는 그 전과 비교해서 유달리 침이 많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달콤한 기운이 돈다.
단전에 의식을 모으면 모을수록 그 양은 정비례해서 많이 나오며 당도도 점점 짙어져서 나중에는 설탕물을 입에 물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 단침이야말로 우리 인체 스스로가 만들어낸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약으로서 속병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만들어낸 이 침을 집중적으로 삼킴으로서 근본 치료가 이루어진다.
필자도 여러 가지 만성병에 시달리다가 병을 치유코자 10일간 단식을 한 일이 있으나 오히려 치료불능의 악성 위장병만을 하나 더 얻어 수년간 고생을 한 일이 있다. 20대 초반의 젊은 시절이라 먹고 싶은 욕망은 하늘을 찌를 듯했으나, 단식 후 위장이 쪼그라들어 밥 한 공기도 소화시키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단식을 잘못해서 얻은 병은 다시 단식을 제대로 해서 고치는 길 밖에 없다는 말은 들었지만, 한번 실패하니까 단식이라면 겁이 나서 다시 할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이 무렵 우연히 호흡을 알게 되었다. 호흡을 시작하여 단침이 나오기 시작하고 이를 약 한달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삼킴으로써 나를 그토록 괴롭혔던 악성 위장병을 깨끗이 완치시킨 일이 있다.
그 후에도 평소 필자의 식습관대로 끼니를 건너뛰는 불규칙한 식사, 수분 만에 식사를 끝내버리는 폭식, 배고프다 싶으면 2인분을 먹는 대식으로 일관하고 있음에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철벽 같은 위장을 간직하고 있다. 단침은 입 안에 어느정도 모아서 조용히 삼키기를 무수히 반복한다. 선호흡으로 인해 오게되는 숱한 심신의 변화 중에서 최상의 것이 바로 단침이다.
본서에 후술하는 그 어떤 긍정적인 변화도 단침만큼은 못하다는 것이 필자가 한결같이 초심자들에게 해주는 말이다. 침을 많이 삼키면 삼키는 만큼 우리의 수련은 점점 더 깊은 경지로 들어가게 된다.
단침이 나오는 현상을 관찰해 보면 모든 치아사이의 틈새에서 거의 동일하게 나온다. 처음으로 단침이 나오기 시작할 때에는 그 양이 무척 많은데, 언제까지나 이렇게 많은 양이 나오는 것은 아니며 집중적으로 많이 나오는 시기가 한정되어 있다.
각 수련자마자 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략 처음 시작할 때 가장 많이 나오다가 3~6개월 후에는 그 양이 현저히 줄면서, 입안이 달콤할 정도로 늘 유지하는 게 대부분 수련자의 경험담이다.
그러므로 침이 집중적으로 많이 나오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수련해 줌으로써, 되도록이면 많은 양의 단침을 삼키는 것이 몸의 요구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수행자의 지혜이다.
입냄새가 심하게 나는 사람의 경우 구취가 입 자체에 원인이 있어서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이 위장병 등의 속병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은 단침을 많이 삼킴으로써 속병도 고치고 입냄새의 고민에서도 수월하게 해방될 수가 있다.
입냄새 나는 사람은 거의가 입에 침이 바짝 말라 있는데, 이는 무거운 병으로 인해 체내의 정이 고갈되어 잇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입안이 늘 달콤해야 건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랜 병에 시달린 사람들의 침샘은 쓰디쓴 마른침만 약간 비치는 정도이다. 그러나 단침을 한껏 삼켜서 속병을 고친 후에는 입냄새는 커녕 입안에 달작지근한 기운이 감돌면서 입에서는 오히려 향내를 느낀다.
이 중요한 침이 안나와서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 연세가 많아서 수련을 시작하신 분이나, 장기간의 투병생활로 체내의 정이 크게 손상을 입은 분들이다. 이런분들도 꾸준히 수련을 계속하면 반드시 소량이나마 단침이 나오기 시작하고, 시일이 다소 걸리더라도 그 양은 꾸준히 많아지니 걱정할 바가 못된다.
오히려 걱정하는 그 마음을 수련으로 돌리고 담담한 심정으로 지켜보면서 기다리기로 하자. 걱정하거나 무엇을 기대하는 마음은 의식의 단전집중을 방해하여 단침이 나오는 시기를 그만큼 늦추게 할 뿐이다.
"남들은 수련을 시작하자마자 그리도 쉽게 나오는 것을 나는 왜 몇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나?" 이처럼 남들과 비교하는 마음을 버리고 느긋하고 여유있는 마음자세로 고요하게 수련에 임하도록 하자. 내가 하는 '나'의 수련이지 남들과 비교나 해보자는 수련은 아니지 않는가?
단지, 의식을 단전에 집중하기만 해도 단침이 샘물처럼 솟아나오는 이유는 그 집중된 의식에 호흡이 따라붙어서 선호흡이 자연히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일단 침이 나오기 시작하면 신기하기 때문에 이를 너무 의식하는 사람이 있는데, 역시 주가 되는 의식은 단전에 머물어서 호흡의 관찰을 주임무로 삼아야 한다. 이렇게 해야 단침이 더욱 많이 나오게 되며, 오히려 단침에만 너무 의식이 집중되면 호흡의 맥이 끊기면서 침의 양도 크게 줄어든다.
혀를 말아서 입천장에 대어야만 침이 잘나온다고 하여 일부러 혀를 잔뜩 꼬부려서 호흡하는 분들이 있는데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호흡삼매에 빠져들면, 혀는 어느새 슬며시 오무라져서 입천장에 살짝 닿아 있게 된다. 일부러 혀를 만다면 억지로라도 침이 다소 고일 수는 있으나, 의식이 하단전이 아닌 입으로 옮겨지기가 쉬우므로 오히려 내버려두면 침이 더 많이 나올 상황을 거꾸로 방해하는 역할을 하기가 십상이다.
2008년 08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