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법문 :
마음의 존재와 본바탕
다음에는 마음이 존재한 형태에 대하여 대조사님의 가르침을 살펴보기로 한다. 대조사님께서는 『마음 그 자체가 이름도 모양도 없으며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며 유현미묘하여 측량할 수 없다.』고 하셨다.
이 말씀의 뜻은 마음은 희거나 검거나 하는 빛깔이 없고 모나거나 둥글거나 또는 크거나 작거나 하는 형상이 없는 것이며, 또 볼 수도 없고 아무런 소리도 없는 것이며, 또 마음은 쓰거나 달거나 하는 맛이 없고 향기롭거나 누리거나 비리거나 하는 냄새도 없으며, 다시 말하면 눈도 귀도 없고 입도 코도 없는 무형·무상인 것이다.
그러나 이 마음은 눈을 통하여 삼라만상을 다 살펴볼 줄을 알며, 귀를 통하여 온갖 소리를 다 듣고 분별하며, 혀를 통하여 온갖 맛을 다 맛보아 분별하며, 코를 통하여 온갖 냄새를 다 맡아 분별하며, 손을 통하여 온갖 물건을 주무르고 발로는 가고 오고 입으로는 온갖 시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옛 조사께서도 말씀하시기를 『여기에 한 물건이 있는데 위로 하늘을 떠 괴이고 아래로 땅을 받치었으며, 밝기로 말하면 해와 같고 캄캄하기로 말하면 먹통과 같다. 머리도 꼬리도 없으면서 항상 우리의 동작 가운데 있고 동작 가운데 있지만 동작 가운데서 붙들어 잡을 수 없는 것이 이 무엇인가?』라고 하셨다. 앞에서 마음의 존재란 형태에 대하여 대조사님의 가르침을 잠깐 살펴보았다.
그리고 상월대조사님께서 마음의 본 바탕에 대하여 『마음의 본 바탕은 저 끝없는 허공처럼 텅 비어 아무 것도 걸릴 것이 없고 유리거울처럼 말쑥하여 티끌 한점 없다. 그러나 텅 비어 아무 것도 없는 듯한 그 가운데 한없이 밝고 신령스러운 묘한 작용이 있다.
마치 거울이 본디 말쑥하여 아무 것도 없는 듯하나 그러나 그 속에 무엇이 비추어 오면 환히 드러내듯이, 텅 빈 가운데 신령스러운 묘용(妙用)이 있어서 어떤 경계에 대하면 다 분별하여 알아낸다. 그 알아내는 그것이 마음의 본 바탕이라 할 것이다. 곧 비고 고요한 가운데 신령스러운 작용이 어둡지 않다(空寂之中에 靈知가 不昧)고 함이 그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