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천국(天國)’은 오히려 ‘하느님의 나라’라고 부르는 쪽이 좋을 것 같다. 신약성서에서는 <마태오의 복음서>에만 ‘하늘(天)의 나라(國) Kingdom of Heaven’라는 호칭이 한번 나오고 나머지는 다 ‘하느님의 나라 Kingdom of God’라고 표기되어 있다. <마태오의 복음서>는 유태인의 습관을 중요시해서 천국이라고 부른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모체인 유태교의 생각에 의하면 천국이라는 것은 ‘나라’ 또는 ‘영역’이라기 보다는 하느님의 ‘지배’라는 의미였다. 하느님이 통치자로서 이 지상에 군림하는 것, 또는 하느님의 의지를 지상에 실현하는 것이 천국과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리스도교도 당연히 이 유태교의 사고방식을 계승하고 있다.
즉 그리스도교에 있어서는, 천국이라기보다 하느님의 나라는 ‘하느님의 영적지배’ , ‘은총의 나라’ 또는 ‘그리스도의 왕국’ 이라는 의미를 가진 것이다.
이미 아는 바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나라를 선교하면서 많은 기적을 행하였다. 예를 들어 나병환자나 기타 병든 사람을 치유 시키거나 농아, 맹인, 신체장애자들을 치유시키고 있다. 또 죽은 사람을 소생시키거나 물위를 걷는 등의 기적을 행하고 있다. 그리스도가 보여준 이런 기적들은 이미 하느님의 나라가 실제로 도래하였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벌써 때가 와서 하느님의 나라는 실제로 도래한 것이다. 이것이 그리스도교의 생각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도래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나라가 오는 것을 저지하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나라는 폭행을 당해 왔다. 그리고 폭행을 쓰는 사람들이 하늘나라를 빼앗으려고 한다.
(<마태오의 복음서> 제11장)
라고 그리스도가 지적하고 있다.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되는 것은 이 세상의 종말에 있어서다. 그리고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될 때, 충실한 사람은 부활한다. 그때 부활한 자는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이 하느님 나라의 ‘완성’이 일반에게는 ‘천국’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의 나라’에 대응하여 불교에서는 ‘부처의 나라’가 있다. 부처의 나라는 ‘불국토(佛國土)’ 라 한다. 또 ‘정토(淨土)’라고도 불린다 .부처의 나라는 번뇌나 더러움이 없는 깨끗한 땅이기 때문에 정토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불교에는 많은 부처가 있다. 그리고 그 많은 부처가 각각 자신의 불국토(정토)를 가지고 있다. 그리스도교의 신은 유일절대의 신이므로 신의 나라도 하나이지만, 불국토는 부처의 수만큼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미타불(阿彌陀佛)은 ‘극락세계’라는 정토를 가지고 있다. 이 극락세계는 서방(西方)에 있다.
약사불(藥師佛)은 동방(東方)에 ‘정유리세계(淨瑠璃世界)’라는 정토를 가지고 있다. 비로자나불은 우주의 중심에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라는 정토를 갖고 있다.
이렇게 다수의 정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아미타불의 극락세계, 극락정토가 유명하다. 그러니까 ‘정토=극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정토는 보통명사이고 극락은 고유명사이다.
그런데 불교에는 이 정토와는 달리 ‘천계(天界)’가 있다. 천계라는 것은 윤회의 세계의 하나이다. 불교에서는 모든 생물이 윤회전생(輪回전生)하는 세계로서, 다음 6개의 세계를 생각하고 있다. 고통이 심한 순서로 말하면,
1. 지옥-지하의 감옥이란 듯
2. 아귀(餓鬼)-굶주린 존재
3. 축생(畜生)
4. 수라(修羅)-성난 마귀들을 말한다.
5. 인간
6. 천인(天人)
이상의 6가지이다. 이것을 ‘6도(道)’라고 부른다. 이 중에서 천인이 살고 있는 세계가 천계이다. 천인에는 특별한 장수가 보장되어 있다. 맨 하층의 천인, 따라서 수명이 가장 짧은 천인이라도 9백만 년의 수명이 약속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장수하는 천인이라도 언젠가는 꼭 죽는다. 죽으면 또 지옥-아귀-축생-수라-인간-천인 중의 어느 것인가가 되어 태어나야만 한다. 그러니까 6도는 모두 윤회의 세계이다.
이렇게 천계는 윤회의 세계에 속하지만, 그에 반해 정토는 윤회에 속하지 않는 영원의 세계이다. 윤회의 수레바퀴 밖에 정토가 있다. 그리스도교의 천국에 상당하는 것은 윤회의 세계의 하나인 천계가 아니라 불국토인 정토이다. 그 점을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