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라고 할 때, 벌써 불법은 아니니라.
일체의 것이 그대로 불법인지라 불법이라고 따로 내세울 때에 벌써 잃어버리는
말이니라. 물질은 쓰는 것이요 정신은 바탕인데, 물질과 정신의 '일단화'를 불법
이라 하나니라.
※일단화(一單化) : 둘이 아닌 도리
불법은 어느 시대, 어떤 인간의 호흡에도 맞는 것이니라. 불법을 듣고 생명의 중심
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인간의 생명을 잃어버린 사람이니라. 불(佛)이라는 것은 마
음이요 법(法)이라는 것은 물질인데, 불법이라는 명상(名相)이 생기기 전에, 부처가
출현하기 전에, <나>는 이미 존재한 것이니라. 질그릇 같은 <나>를 버리면 칠보의
그릇인 '법신'을 얻나니라.
※법신(法身) : 진리의 몸. 진리를 인격화 한 것.
입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요, 손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니, 말하고 일하는 그 정체를
알아야 참된 말과 일을 하는 정작 인간이 되나니라. 불법은 육체나 영혼의 책임자이
다. 책임자 없이 살아가는 인생이 그 얼마나 불안한가. 이것을 알면, 곧 불법에 돌아
오게 될 것이니라. 세간법(世間法)과 불법이 둘이 아니요 부처와 중생이 하나니, 이
불이법(不二法)을 증득해야 참 인간이 되나니라.
불법을 알면 속인이라도 중이요, 중이라도 불법을 모르면 이는 곧 속인이니라.
여러가지의 자물쇠를 열려면 여러 가지 열쇠가 필요한 것같이 백천 삼매의 무량(無量)
한 묘리(妙理)를 해득하려면 백천만의 지혜의 열쇠를 얻어야 하나니라.
불법을 부인하는 것은 자기가 자기를 부인하는 것이요, 불법을 배척하는 것은 자기가
자기를 배척하는 것이니, 이는 곧 자기가 부처이기 때문이니라. 소리소리가 다 법문이
요, '두두물물'이 다 부처님의 진신(眞身)이건만, 불법 만나기는 백천만겁에 어렵다고
하니, 그 무슨 불가사의한 도리인지 좀 알아 볼 일이니라.
※두두물물(頭頭物物) : 삼라만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