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의 모습(本來面目)
육조 혜능은 오조 홍인(五祖 弘忍)의 법을 계승해 의발(衣鉢)을 전수 받았는데, 대중의 시샘으로 박해를 받아 남쪽으로 도피했다. 그 의발을 빼앗으려고 뒤를 쫓는 사람 중에 무사 출신의 혜명(慧明)이라는 자가 있었다.
혜능은 그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선도 악도 생각하지 않을 때, 다시 말해서 선악에 대해 한 생각도 없을 때 그대의 본래면목은 무엇인가?" 혜명은 이 말을 듣고 언하(言下)에 깨달았다.
그 자리에서 혜명은 본래면목을 자각하였으며, 혜능은 그에게 법을 전한다는(傳法) 증명을 해 주었다. 이것을 '직지인심'견성성불'이라 말한다.
이 때부터 선종에서는 '본래면목'이라는 말이 빈번히 쓰여졌던 것이다 여기서 거론하고 있는 '본래면목'은 '본래의 고유한 자기, 순수무구한 자기,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자기 또는 태어나기 전의 자기를 말한다. 또 선문에서는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본심, 본성, 불심, 불성이라고도 하고, 본지풍광(本地風光), 본분소식(本分消息), 주인공(主人公), 무위진인(無位眞人)이라고도 한다.
그 요점은 사람들이 본래 갖추고 있는 진실한 모습이며, '참나'이며, 순수한 인간성이다. 망상이나 분별심이 있기 때문에 본래 갖추고 있는 진실한 자기, 즉 '본래면목'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그 망상이나 분별심으로 덮힌 구름을 없애면 마음의 밝은 거울(明鐘)인 본래면목이 저절로 본래 청정했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상대적 인식을 없애는 '불사선불사악(不思善不思惡)'에 투철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며, 그렇게 할 때 '본래면목'은 그 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유교에서도'본래면목'의 경지를 잘 표현하고 있는 구절이 있다.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가 지은 <중용>에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아직 발하지 않은 그 상태를 중(中)이라 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기쁨, 슬픔, 성냄, 두려움, 사랑, 미움, 바람의 7정(七情)이 발생하기 전의 상태를 중(中)이라 하는 것이다. 7정이 일어나기 전의 상태가 마음의 본체로서, 이를 '성(性; 본심, 본성, 마음의 본체)'이라 하고 '중(中)'이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부모에게서 낳기 이전(父母未生前)'이며, '본래면목'인 것이다.
또, 이 <중용>에 "솔개는 하늘을 날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뛰논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는데, 이 역시 참 나의 면목을 뛰노는 그대로 진실하게 표현한 것이다
왕양명(王陽明)은 '양지(良知)'를 본래면목으로 서술하고 있다. "선도 악도 생각지 않을 때 본래의 면목을 인정한다. 이것이 부처님이 본래면목을 아직 깨닫지 못한 자를 위해 방편으로 설한 것이다.
본래면목은 바로 우리 유교에서 말하는 양지이다. 이 양지는 아직 발하지 않은 '중(中)'의 상태이며, 선문에서 말하는 본심, 본성이며, 부모에게서 낳기 이전의 '본래면목'을 나타낸다."
<六祖壇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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