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는 백은(白隱) 선사가 창안한 공안으로,
그는 평소에 이 공안을 갖고 사람들을 교화했다.
백은 화상은 한 손바닥을 내밀면서 말했다.
"이 손바닥에 미묘한 소리가 있으니 이를 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라고 한다.
그 소리를 들어라."
두 손이 마주쳐야 비로소 소리가 나는 법인데
한 손바닥으로 어떻게 소리가 날 것인가?
이런 의문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백은은 그 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를 들으라고 한다.
두 손을 마주칠 때 소리가 나는 것은 상식적 세계에 속하는 것이며,
'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는 상식을 깨고 논리의 세계를 초월한,
언어와 사고가 끊어진 경지이다.
'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는 분별이 없는,
대립을 초월한 절대적인 것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를 들으라'는 말은
유일 절대적인 것을 파악하라는 뜻이며, 절대적인 존재가 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 자체가 되는 그것이
바로 절대의 세계에 도달하는 것이다.
선은 상식을 초월하고 대립적 관념을 비워버린
절대적 인식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그러한 입장에서 선을 바라보아야 한다.
'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는 소리없는 소리인데,
이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한 화가가 법당에 용을 그려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용을 본적이 없어서 어느 선사에게 물으러 갔다.
그 선사가 말했다.
"용은 이 집에 많다. 그대는 용이 보이지 않는가?"
그러나 그 화가는 선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선사의 밑에서 수행을 하였고, 용을 볼 수 있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그러자 선사가 다시 말했다.
"용을 보긴 했지만 아직 용의 소리를 듣는 경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울지 못하는 용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생생하게 우는 용을 보아라."
그 화가는 다시 수행에 정진하여
마침내 용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 뒤 화가는 심혈을 기울여 용을 그렸다.
용의 눈에 점안하는 날, 선사와 일행은 형형한 안광을 발하면서
사방팔방을 응시하는 용의 모습을 보고 경탄했다고 한다.
그 화가는 백은의 '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 '소리없는 소리'를 체득한 것이다.
'한 손바닥이 내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는
고통스런 정진을 거듭해야 하지만,
이미 듣고 난 이후에는 그것에도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소리 없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도 버려야 한다.
한 곳에 마음이 머무는 것이 바로 집착이며,
이 집착이야말로 미혹의 근본 원인이다.
때문에 선은 항상 행운유수처럼 행할 것을 권하고 있다.
<白隱集>